전세사기 피해자 부결 통지서 받고 무너졌던 날, 이의신청으로 다시 일어선 눈물의 생존기
전세사기 피해자 부결 통지서 받고 무너졌던 날, 이의신청으로 다시 일어선 눈물의 생존기
우체부 아저씨가 건네준 등기 우편을 뜯었을 때, 하얀 종이 위에 찍힌 ‘전세사기피해자 부결(요건 미충족)’이라는 네 글자를 보았던 그날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주인은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했고, 현관문에는 법원 경매 계고장이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나라에서조차 “당신은 사기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아 억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면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평생 모은 피 같은 돈을 다 떼이고 쫓겨나야 하나” 하는 생각에 온 세상이 캄캄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부결 통지서를 꼼꼼히 뜯어보니, 집주인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사기를 쳤다는 ‘다수 피해 발생 의도’를 증명할 서류가 부족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저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같은 건물에 사는 세입자들을 한 집 한 집 찾아다녔습니다. 문을 두드려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이웃들의 사연과 계약서 사본을 모으고, 관할 경찰서에 찾아가 집주인이 다수의 빌라를 무자본 갭투자로 돌려막기 하다가 고소당한 사건 접수증을 떼어냈습니다. 그렇게 서류를 보강해 30일 안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결국 한 달 뒤 최종 ‘가결’ 통지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 발표를 보니 전국 전세사기피해자 인정 건수가 누적 4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4만 명이라는 거대한 숫자 뒤에는 저처럼 피눈물을 흘리며 서류를 모으고 속을 태웠을 수많은 청년과 서민들의 고통이 숨어있습니다. 다행인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도 1만 호를 넘어서며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피해자로 인정받은 뒤 LH에 우선매수권을 넘겼고, LH가 경매에서 집을 낙찰받아 준 덕분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공공임대로 계속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1차 심의에서 부결 통지를 받고 절망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의신청 제도가 있고, 설사 이의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횟수 제한 없이 재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아무리 무섭고 불안해도 절대로 이사를 나가거나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기시면 안 됩니다. 전입신고가 유지되어 있어야 대항력이 살아있고 LH 매입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힘든 시간일수록 관할 전세피해지원센터 문을 두드리고 이웃들과 연대하면서 내 소중한 주거권을 끝까지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